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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하소연, 대학을 왜 잘 가야 하나요?

등록일 : 2016.09.01

12번째 주제 : [후배 하소연, 대학을 왜 잘 가야 하나요?]

수험생 자신과 가장 유사한 수험생활을 겪어온 선배를 만날 수 있는 곳, 온고!
온고에서는 수험생 후배님들의 고민을 선배들이 함께 듣고 조언할 수 있는 [후배하소연]이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알고박사의 알고있나요]는 왜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과 편안함을 희생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후배의 사연을 들어봅니다. 고3인 지금은 내년 대학진학의 행복을 위해서, 대학 진학 후에는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 그 이후에는 승진을 위해서 달려야만 한다면 우리는 언제쯤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서울 송파의 XX고등학교에 다니는 고3입니다. 반에서 등수는 한 5등 정도 하고 있고... 모의고사도 그 정도 해요. 근데 어찌하다 보니 남들이 말하는 슬럼프가 온 것 같아요. 사실 슬럼프라기보다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생각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많은 수험생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대입을 준비해요. 물론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수험생 때 조금이라도 간절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형이나 누나가 없어서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뉴스나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학에 들어가면서 또 다시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대요. 공무원일 수도 있고 기업일 수도 있고 행시나 로스쿨 같은 시험도 있더라고요. 물론 의대나 교대처럼 대학을 잘 다니는 것이 곧 직장을 구하는 공부인 경우도 있지만요. 그 뒤로는 또 그 직장 속에서 어떤 부서,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는 것 등 또 다른 입학을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여기에서 궁금해지는 점이 있는데, 왜 ‘현재’에 대한 고민보다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커야하냐는 점입니다. 고3이면 사실 고등학교로 치면 1/3 이상이고 제 지금 나이의 5% 가까이 되는 큰 의미를 갖는 시간이잖아요. 그렇다면 이 시기에는 수능 성적 이외도 해야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오직 1년 뒤를 위해 정말 죽을 듯 살 듯 고생을 합니다. 가게 될 대학에서도 마찬가지 일거고, 직장도 마찬가지 일거고요.
비록 제가 전교 1등도 아니고 반에서 1등도 아니기 때문에 공부하기 싫어서 늘어놓는 푸념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반에서 5등 정도가 가는 대학을 갔을 때 부모님부터 시작해서 제 내면의 무언가가 불만족하는 순간 또 다시 입시는 시작되고 정신은 피폐해져 갈 것 같아요.
온고에는 특히나 대학진학에 욕심이 나는 저 같은 수험생이 많을 것 같아요. 우리는, 나는 왜 대학을 잘 가야만 하나요. 만족할 수 없는 현실들의 연장선을 그냥 계속 버텨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정말 그게 언젠간 만족이 되어 ‘난 이젠 정말 내 모습이 좋아. 이 상태를 위해 노력해왔어’ 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인류는 스스로의 모습에 불만족하며 계속 노력하기 때문에 발전하는 거야!’ 라고 외치며 손에 펜을 들 힘이 있을 때 까지는 노력을 하며 살아야 인간다운 건가요. 비록 공부라는 틀에서는 조금 벗어났을 수도 있겠지만 선배님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선배들의 조언 1
<내일 더 행복하기 위해 오늘 행복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ID: 뀨뀨꺄꺄 선배(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16학번)

저도 고등학교 때 비슷한 고민을 했어요. 결국 나는 행복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건데,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 그리고 대학을 간다고 해서 행복할 것 같지도 않았어요. 취업을 한다고 해서 행복할 것 같지도 않았구요. 그리고 실제로 수능을 친 후에도, 대학에 합격했을때도, 입학한 후에도 제가 느끼기에 이게 진짜 행복이지. 라고 느낀 적은 없어요.그렇지만 저는 고3때 많이 행복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야자하다 힘들면 친구들이랑 나가서 맛있는거 먹고, 모의고사 본 날엔 집에서 엄마한테 맛있는거 해달라고 하고.
저는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에 입학했어요. 와보면, 아실거에요. 왜 다들 공부하라고 했었는지.
입학하고 나니 저도 이제 알겠습니다. 여전히 저는 궁극적으로 제가 찾던 그 진짜 행복은 찾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러나 씨씨도 하고 대학 공부도 하면서, 그리고 선배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페북으로 구경하면서, 지도교수님과 교환학생과 취업 등등 여러가지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연세대학교에 입학했기때문에 제가 누릴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들에 정말 만족합니다. 또 조금씩 더 행복해져 가고 있어요. 제가 원하는 제 모습에 점점 가까워 지고 있으니까요!
행복하기위해 공부하지 마시고 공부하면서 행복함을 느껴보려고 애쓰세요. 만족할만큼 행복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래엔 행복하겠지 하며 막연하게 불행한것보단 나을거에요. 맛있는거 먹고, 가끔 운동도 하면서, 본인이 사랑할 수 있는 본인의 모습이 되세요.
그리고 대학에 오면 조금 더 행복해질거고, 일을 하기 시작하면 더 행복해질거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조금씩 더 그렇게 행복에 가까워질거에요. 전 그렇게 믿어요. 우리 내일 더 행복하기 위해 오늘 행복하는 방법을 배워가는거라고 생각해요.

선배들의 조언 2
<나만의 목표를 찾아라>
ID : 전자두뇌 선배 (순천향대학교 의학과 15학번)

나이가 많다고 선배나 어른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갑니다. 좋은 답변은 다른 멋진 선배님들에게 토스하고 저는 조금의 제언을 하겠습니다. 우선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계속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성질이기는 합니다. 다만 완벽하게 보편화 될 수 없는 이유는 그러한 목표가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죠. 대한민국의 고3은 매우 특수한 학년이자 나이입니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수능이라는) 이상한 기간이죠. 하지만 그 속도 파고들어보면 모두가 가고 싶은 전공도 다르고 학교도 다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진학하면서 점점 유사한? 혹은 비슷한 관심사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추려지기 때문에 목표의 스펙트럼이 좁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속의 세부적인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의대는 다 의대같애도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저는 후배님이 모든 목표의식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 이전에 본인이 목표하는 것이 남들과 같지만은 않다 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나만의 목표의식이 있고 그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거죠. 남들이 좋아하는 대학, 좋아하는 전공, 엄마가 좋아할 만한 성적 이전에 나만의 목표를 찾는다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온고 선배에게도 많이 물어보시고, 여기서도 많은 좋은 이야기들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 화이팅입니다!!

선배들의 조언 3
<카르페디엠! 현실을 즐겨라>
ID : 의늬의늬의늬 선배 (단국대학교 치의예과 15학번)

저는 후배님께 영화를 하나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인데요. 유명한 문구인 카르페디엠이 나온 그 영화이기도 하죠.
‘카르페디엠’은 키팅선생님이 입시에 몰두하느라 낭만과 행복을 잃어버린 학생들에게 여러번 외치는 말로 유명해습니다. '현실을 잡아라', 의역하면 '현실을 즐겨라'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서 이미 보셨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고민이 있을때 다시 본다면 새로운 느낌이지 않을까해요. 이런 고민에는 사실 답을 찾아서 해결하기보다는 훌훌털고 일어나는 편이 더 좋다고 봐요. (사실 해결할 수 없는 것에 가깝죠)

선배들의 조언 4
<지금 노력하면 선택의 방향을 늘릴 수 있다>
ID : 의늬의늬의늬 선배 (단국대학교 치의예과 15학번)

글쎄요, 고3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맞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만, 사실 대학을 가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본인이 의사나 약사,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등을 하고 싶다 하면 (거의)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합니다만, 그 외의 직업을 가지고 싶다 하면 대학은 필요 없을 지도 몰라요. 특히 요즘엔 공무원 시험이 대세라던데, 공무원이 될 생각이면 차라리 대학 등록금이 더 아까울수도 있겠죠.

하지만 직업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렇고, 삶의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요. 어떻게 보면 학벌주의적일 수도 있는데, 좋은 대학을 가면 갈 수록 후배님의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정말로요. 이런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학벌주의 사회인 이 사회에서는, 후배님이 좋은 대학을 나오셨을 경우 삶의 거의 모든 것들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감이 안 오시나요.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좋은 대학을 가면 후배님이 경험하는 사람들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대통령이 꿈이라는 사람, 저는 사실 초등학교 이후로 못 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대학에 오니까 벌써 제가 아는 사람 세 명이나 대통령이 꿈이랍디다. 꿈이 9급 공무원, 회사원, 자영업자 (이들을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인 사람들과 사귀는 것과 대통령, 대학 교수, 대기업 CEO인 사람들과 사귀는 것. 그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소위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이러한 연구결과를 접했을 때 "아,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더 좋은 직업을 가지고, 더 많은 돈을 버니까 그런 거 아냐?"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를 조금 더 뜯어보니 아니더군요. 같은 소득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더 행복했습니다. 더 많은 것을 배운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법을 더 잘 알고, 좋은 사람들을 옆에 두는 법을 잘 안다고 하더군요.

좋은 대학을 삶의 목표로 삼지는 마세요. 좋은 대학은 후배님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만약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더 좋은 수단이 있다면 그 수단을 선택하세요. 하지만 성적도 좋으시고, 고3인 지금은 사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만큼 현명한 수단은 없어 보입니다.

대학생은 성인입니다. 지금까지 삶은 교육체계와 수능 하에서 어쩔 수 없는 벽에 갇혀 있었다면, 성인이 된 순간부터는 후배님의 선택에 삶의 방향이 달려 있을 거에요. 그 방향을 늘려 주는 것이 좋은 대학이겠고요. 한국 사회는 아직도 '무슨 나이에는 어떤 것을 해야 한다' 라는 압력이 많긴 합니다. 지금까지 후배님의 삶은 그 압력이 매우 강했고, 반강제적이었겠지요. 성인이 된다고 해서 그 압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약해질 뿐입니다. 그리고 좋은 대학은 그 압력을 피하는 방법을 후배님한테 알려 줄 거에요.

온고에서는 [후배하소연]의 사연을 공모받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수험생의 고민이 있다면 온고선배들에게 도와달라 외쳐주세요! 온고선배들은 우리 후배님들 편입니다.

* 문의 : cert@ongoing.co.kr

출처 : 온고학습법연구소(http://ongoing.co.kr)